카라마조프家의 형제들 - 도스토예프스키 [미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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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카라마조프家의 형제들
오늘로써 드디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었다. 전반부는 재미도 없고 도대체가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니 미챠니 미첸카니 하는 이름들이 영 익숙치가 않아서(경악스럽게도 이 세 이름은 모두 한 사람을 지칭하며 심지어 이 뿐 아니라 몇개의 다른 별명 또한 사용하기까지 한다!) 누가 누군지도 한참이나 헤매야 했다. 때문에 거의 억지로 읽다시피 하다가는 꽤 오랫동안 책을 덮어두기까지 했다. 어쨌든 후반부에 들어서는 극적인 전개와 매우 흥미로운 인물들의 광기가 내 머리를 헤집어 놓아 나조차도 이반이나 드미트리와 같이 거의 미친 사람 마냥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끔 했다. 이 소설은 너무 감명깊은 나머지 읽는 동안, 그리고 읽은 직후에 글을 쓰지 않으면 지금 나의 이 생생한, 그리고 깨진 유리의 파편들 마냥 제멋대로 흐트러진 생각들이 저 멀리 달아나 버려서, 결국은 이 유리조각들을 나중에라도 하나로 합쳐서 온전한 형태를 감상하지 못 할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에 마저 떨게 했다. 그러므로 지금 쓰는 이 글은 잠깐 생각해 본 끝에 두서없거나 앞뒤가 안맞는 부분 따위는 무시해 버리고 되는대로, 그러니까 정말 이 소설처럼,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고 외친 이반처럼 쓸 생각이다.(원래는 글의 순서나 문체 따위를 나중에 수정 할 생각이었지만 읽어보니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이편이 글 쓸 당시의 흥분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어쨌거나 나도 의식하곤 있지만 한가지 지적해 두고 싶은 점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죄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체를 베낀 것이라는 점인데 내가 읽은 것은 번역본이기 때문에 그 것이 도스토예프스키는 문체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임이 분명함에도 어쨌거나 그의 신경질적이게 흐트러진 듯 하여 매력적인 글맵시가 어느정도는 나에게 전달 되었고 지금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분석
이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속에서 여러번 언급 된 바 물론 알료샤 이다. 하지만 정말로 흥미로운 인물은 바로 이반과 드미트리, 이 둘이며 이들이 바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알료샤는 오히려 적극적 관찰자, 즉 사건에 개입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되 순전히 인물을 부각시키고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한 인물에 가깝다. 이 점은 이반이나 드미트리가 시종일관 상반되는 이념과 싸우며 때론 앞과 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 입체적인 인물인데 반해 알료샤는 시종일관 (거의) 차분하고 평온하며 일관적인 생각을 가지는 단편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비록 드미트리와 이반이 난해하며 복합적인 인물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이 세 형제를 놓고 봤을 때 각각 인간 심리의 세 부분을 대표한다고 생각된다. 이반은 이성을, 드미트리는 저열한 본능을, 알료샤는 높은 양심을 각각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미리 알리면서, 인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써 보도록 하겠다.
「알료샤」 앞서 이미 언급 했지만 알료샤는 이 소설의 표면적 주인공일 뿐 적극적 관찰자에 더 가깝다. 그는 드높은 정신을 가진 인물로써 양심에 대응하며 등장인물들은 그를 마치 자신의 양심과 같이 여겨 때론 두려워 하기도, 때론 진심을 솔직하게 내비치며 참회하기도, 또 다른 경우에는 비아냥거리며 무시하기도 한다. 그는 양심, 마음의 가장 진실된 부분이기 때문에 알료샤를 통해서 독자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본심이나 또는 진실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미트리나 이반이 알료샤에게 자신의 본심을 말 할 때 뿐 아니라 콜랴나 그루셴카, 카챠 역시 주로 알료샤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며(이 점에서 이 소설은 이해하기 매우 쉬운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알료샤를 속이거나 사실을 숨기거나 두려워 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등장인물이 양심의 가책을 피하려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콜랴가 알료샤에게 모종의 압박감, 심지어 두려운마저 느끼는 장면이나 드미트리가 알료샤에게 자신이 부친을 죽이지 않았음을 믿는지 물으며 겁에 질리는 장면이나 이반이 탈옥계획을 세우며 이를 알료샤에게는 숨기려 하는 모습 등 여러장면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즉 알료샤는 양심 그 자체이며 등장인물들이 알료샤에게 하는 말은 자신의 양심에게 하는 말이고 알료샤를 속이거나 두려워 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을 속이려 하거나 가책을 두려워하는 행동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이반」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자기 나름의 철학적 견해를 오만하리만큼 신뢰하는 인물로서 현대적인(이성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인간상이다. 그러나 입체적 인물로서 자신의 견해와는 다른 어떠한 믿음이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후에 변화를 겪게되면서 이를 갑자기 깨닫고는 거의 미쳐버린다. 그러니까 스메르쟈코프가 말했듯이, 전에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말하면서 제 아비를 죽이도록 사주 해 놓고는 (이 사실에 관한한 나는 스메르쟈코프의 말이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반은 아버지를 떠나오며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되었음을 스스로도 이상하게 여긴다. 이는 이반이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틀어막아 버렸으나 그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새어나와 표출되는 그의 본심을 부정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여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양심이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도 자신이 그러한 일을 했다는 것 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닫고는 그 자신이 부정하던 신, 즉 절대적인 어떤 판단에 따른 고통 때문에 미쳐버리고만다. 아무리 잘난 듯 한 이성이라도 양심이나 도덕 따위를 제맘대로 무시하고 설정할 수 있는 상위에 위치하지는 않는다는, 즉 인간은 신이 도리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한 듯 하다.(이반은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드미트리」 드미트리는 양심의 가책이나 자기비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의 저열한 본능 앞에 무릎을 꿇는, 인간의 방탕한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반과는 다르게 끊임없이 알료샤를 의식하며 그로인해 고통받는다. 즉 인간의 본능은 추잡스럽고 방탕하지만 어쨌거나 일정부분은 양심에 의해 고통받을 만큼은 높은 것과 선한 것을 열렬히 원한다는 것이다.
「스메르쟈코프·악마·표도르」 스메르쟈코프와 악마는 이 소설에서 이성으로 도달할 수 있는 죄악의 극치를 보여준다. ※ 해설에 따르면 스메르쟈코프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거의 순수한 악에 가깝다고 한다. 이반의 일부(적어도 개별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인 악마를 제외하면 스메르쟈코프는 친부살해라는 죄악에 의해 심적인 동요를 겪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며 죽는 그 순간까지 세상을 향한 적의에 가득 차 있다. 게다가 그는 출생일화가 매우 특이한데, 표도르 카라마죠프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마을의 백치가 그를 임신하고 밤중에 그녀가 표도르의 집에서 그를 낳은 뒤 숨지는 그 이야기는 마치 사탄의 탄생을 연상케 한다. 스메르쟈코프는 어릴 때 부터 이미 어둡고 사악한 면모를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메르쟈코프가 표도르 카라마죠프 살해에 대한 나름의 정당성을 구축하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 중 한명은 바로 표도르 카라마죠프 그 자신이다. 표도르는 이반과 같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식의 논리를 고의든 아니든 스메르쟈코프에게 가르쳤으며 이 논리를 바탕으로 스메르쟈코프는 표도르 살해를 정당화한다. 따라서 표도르의 죽음은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식의 논리에 의한 자기파멸로도 볼 수 있다.
주요 사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로서 사건은 단지 등장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의 개연성 보다는 그 사건으로 인해 들어나는 인물의 심리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일류샤의 죽음을 두고 그 아버지와 콜랴가 주축이 되어 흘러가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드미트리와 그의 아버지가 그루셴카를 두고 대립하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사건은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방금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이기 때문에 각각의 사건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심리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을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판」 드미트리의 재판에서 각종 진술과 물적 증거, 변론, 질의응답은 사건의 전말이나 진상을 증명하는 객관적 증거라기 보다는 개개인(특히 드미트리)의 성품에 대한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미트리가 도덕적으로 질이 낮은 사람이라면 그가 유죄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는 죄가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드미트리의 변호인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이런식으로 심리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사건을 해석하면 같은 방식으로 정반대의 결론역시 도출해 낼 수 있다. 만일 당시 과학기술이 부족하여 대부분의 재판이 이런식으로 허술하게 이루어졌던 것이 아니라면 내 생각에 작가가 이런식으로 재판을 구성한 것은 이 재판이 소설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수단이 되길 원한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의 성격적 극단을 이끌어 내어 인간의 본질을 결론짓기 위해서 라고 여겨진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죽이러 갔던 밤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을 되짚어보면서, 알료샤와 카체리나, 그루셴카는 증인으로써 드미트리에 대해 다른 많은 사람에게 증언을 하면서, 이반은 악마와의 대면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재판 중 가장 극적인 사건은 이반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노라 선언하고 그 직후 카체리나가 드미트리가 적었던 편지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며 자신의 진술을 뒤엎고 드미트리를 친부살해의 진범으로 지목하며 졸도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카체리나를 통해 그녀가 지향했던 그 고귀함이라는 것에 의해 만들어진 얄팍한 믿음이 얼마나 쉽게 포기되는지 볼 수 있다.
「일류샤의 장례」
「리자의 변화」
오늘로써 드디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었다. 전반부는 재미도 없고 도대체가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니 미챠니 미첸카니 하는 이름들이 영 익숙치가 않아서(경악스럽게도 이 세 이름은 모두 한 사람을 지칭하며 심지어 이 뿐 아니라 몇개의 다른 별명 또한 사용하기까지 한다!) 누가 누군지도 한참이나 헤매야 했다. 때문에 거의 억지로 읽다시피 하다가는 꽤 오랫동안 책을 덮어두기까지 했다. 어쨌든 후반부에 들어서는 극적인 전개와 매우 흥미로운 인물들의 광기가 내 머리를 헤집어 놓아 나조차도 이반이나 드미트리와 같이 거의 미친 사람 마냥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끔 했다. 이 소설은 너무 감명깊은 나머지 읽는 동안, 그리고 읽은 직후에 글을 쓰지 않으면 지금 나의 이 생생한, 그리고 깨진 유리의 파편들 마냥 제멋대로 흐트러진 생각들이 저 멀리 달아나 버려서, 결국은 이 유리조각들을 나중에라도 하나로 합쳐서 온전한 형태를 감상하지 못 할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에 마저 떨게 했다. 그러므로 지금 쓰는 이 글은 잠깐 생각해 본 끝에 두서없거나 앞뒤가 안맞는 부분 따위는 무시해 버리고 되는대로, 그러니까 정말 이 소설처럼,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고 외친 이반처럼 쓸 생각이다.(원래는 글의 순서나 문체 따위를 나중에 수정 할 생각이었지만 읽어보니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이편이 글 쓸 당시의 흥분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어쨌거나 나도 의식하곤 있지만 한가지 지적해 두고 싶은 점은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죄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체를 베낀 것이라는 점인데 내가 읽은 것은 번역본이기 때문에 그 것이 도스토예프스키는 문체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임이 분명함에도 어쨌거나 그의 신경질적이게 흐트러진 듯 하여 매력적인 글맵시가 어느정도는 나에게 전달 되었고 지금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분석
이 소설의 주인공은 소설속에서 여러번 언급 된 바 물론 알료샤 이다. 하지만 정말로 흥미로운 인물은 바로 이반과 드미트리, 이 둘이며 이들이 바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알료샤는 오히려 적극적 관찰자, 즉 사건에 개입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되 순전히 인물을 부각시키고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한 인물에 가깝다. 이 점은 이반이나 드미트리가 시종일관 상반되는 이념과 싸우며 때론 앞과 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 입체적인 인물인데 반해 알료샤는 시종일관 (거의) 차분하고 평온하며 일관적인 생각을 가지는 단편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비록 드미트리와 이반이 난해하며 복합적인 인물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이 세 형제를 놓고 봤을 때 각각 인간 심리의 세 부분을 대표한다고 생각된다. 이반은 이성을, 드미트리는 저열한 본능을, 알료샤는 높은 양심을 각각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미리 알리면서, 인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써 보도록 하겠다.
「알료샤」 앞서 이미 언급 했지만 알료샤는 이 소설의 표면적 주인공일 뿐 적극적 관찰자에 더 가깝다. 그는 드높은 정신을 가진 인물로써 양심에 대응하며 등장인물들은 그를 마치 자신의 양심과 같이 여겨 때론 두려워 하기도, 때론 진심을 솔직하게 내비치며 참회하기도, 또 다른 경우에는 비아냥거리며 무시하기도 한다. 그는 양심, 마음의 가장 진실된 부분이기 때문에 알료샤를 통해서 독자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본심이나 또는 진실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미트리나 이반이 알료샤에게 자신의 본심을 말 할 때 뿐 아니라 콜랴나 그루셴카, 카챠 역시 주로 알료샤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며(이 점에서 이 소설은 이해하기 매우 쉬운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알료샤를 속이거나 사실을 숨기거나 두려워 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등장인물이 양심의 가책을 피하려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콜랴가 알료샤에게 모종의 압박감, 심지어 두려운마저 느끼는 장면이나 드미트리가 알료샤에게 자신이 부친을 죽이지 않았음을 믿는지 물으며 겁에 질리는 장면이나 이반이 탈옥계획을 세우며 이를 알료샤에게는 숨기려 하는 모습 등 여러장면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즉 알료샤는 양심 그 자체이며 등장인물들이 알료샤에게 하는 말은 자신의 양심에게 하는 말이고 알료샤를 속이거나 두려워 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을 속이려 하거나 가책을 두려워하는 행동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이반」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자기 나름의 철학적 견해를 오만하리만큼 신뢰하는 인물로서 현대적인(이성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인간상이다. 그러나 입체적 인물로서 자신의 견해와는 다른 어떠한 믿음이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후에 변화를 겪게되면서 이를 갑자기 깨닫고는 거의 미쳐버린다. 그러니까 스메르쟈코프가 말했듯이, 전에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말하면서 제 아비를 죽이도록 사주 해 놓고는 (이 사실에 관한한 나는 스메르쟈코프의 말이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반은 아버지를 떠나오며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되었음을 스스로도 이상하게 여긴다. 이는 이반이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틀어막아 버렸으나 그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새어나와 표출되는 그의 본심을 부정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여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양심이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도 자신이 그러한 일을 했다는 것 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닫고는 그 자신이 부정하던 신, 즉 절대적인 어떤 판단에 따른 고통 때문에 미쳐버리고만다. 아무리 잘난 듯 한 이성이라도 양심이나 도덕 따위를 제맘대로 무시하고 설정할 수 있는 상위에 위치하지는 않는다는, 즉 인간은 신이 도리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한 듯 하다.(이반은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드미트리」 드미트리는 양심의 가책이나 자기비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의 저열한 본능 앞에 무릎을 꿇는, 인간의 방탕한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반과는 다르게 끊임없이 알료샤를 의식하며 그로인해 고통받는다. 즉 인간의 본능은 추잡스럽고 방탕하지만 어쨌거나 일정부분은 양심에 의해 고통받을 만큼은 높은 것과 선한 것을 열렬히 원한다는 것이다.
「스메르쟈코프·악마·표도르」 스메르쟈코프와 악마는 이 소설에서 이성으로 도달할 수 있는 죄악의 극치를 보여준다. ※ 해설에 따르면 스메르쟈코프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거의 순수한 악에 가깝다고 한다. 이반의 일부(적어도 개별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인 악마를 제외하면 스메르쟈코프는 친부살해라는 죄악에 의해 심적인 동요를 겪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며 죽는 그 순간까지 세상을 향한 적의에 가득 차 있다. 게다가 그는 출생일화가 매우 특이한데, 표도르 카라마죠프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마을의 백치가 그를 임신하고 밤중에 그녀가 표도르의 집에서 그를 낳은 뒤 숨지는 그 이야기는 마치 사탄의 탄생을 연상케 한다. 스메르쟈코프는 어릴 때 부터 이미 어둡고 사악한 면모를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메르쟈코프가 표도르 카라마죠프 살해에 대한 나름의 정당성을 구축하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 중 한명은 바로 표도르 카라마죠프 그 자신이다. 표도르는 이반과 같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식의 논리를 고의든 아니든 스메르쟈코프에게 가르쳤으며 이 논리를 바탕으로 스메르쟈코프는 표도르 살해를 정당화한다. 따라서 표도르의 죽음은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식의 논리에 의한 자기파멸로도 볼 수 있다.
주요 사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로서 사건은 단지 등장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의 개연성 보다는 그 사건으로 인해 들어나는 인물의 심리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일류샤의 죽음을 두고 그 아버지와 콜랴가 주축이 되어 흘러가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드미트리와 그의 아버지가 그루셴카를 두고 대립하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사건은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방금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이기 때문에 각각의 사건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심리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을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판」 드미트리의 재판에서 각종 진술과 물적 증거, 변론, 질의응답은 사건의 전말이나 진상을 증명하는 객관적 증거라기 보다는 개개인(특히 드미트리)의 성품에 대한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드미트리가 도덕적으로 질이 낮은 사람이라면 그가 유죄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는 죄가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드미트리의 변호인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이런식으로 심리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사건을 해석하면 같은 방식으로 정반대의 결론역시 도출해 낼 수 있다. 만일 당시 과학기술이 부족하여 대부분의 재판이 이런식으로 허술하게 이루어졌던 것이 아니라면 내 생각에 작가가 이런식으로 재판을 구성한 것은 이 재판이 소설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수단이 되길 원한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의 성격적 극단을 이끌어 내어 인간의 본질을 결론짓기 위해서 라고 여겨진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죽이러 갔던 밤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을 되짚어보면서, 알료샤와 카체리나, 그루셴카는 증인으로써 드미트리에 대해 다른 많은 사람에게 증언을 하면서, 이반은 악마와의 대면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재판 중 가장 극적인 사건은 이반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노라 선언하고 그 직후 카체리나가 드미트리가 적었던 편지를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며 자신의 진술을 뒤엎고 드미트리를 친부살해의 진범으로 지목하며 졸도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카체리나를 통해 그녀가 지향했던 그 고귀함이라는 것에 의해 만들어진 얄팍한 믿음이 얼마나 쉽게 포기되는지 볼 수 있다.
「일류샤의 장례」
「리자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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