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수업 교실 2-9에 굴러다니는 책을 한권 주웠다. 제목은 파피용. 마침 감기에 걸려 공부도 안되던 차에 쉴겸해서 책을 읽기로 했다. 책의 내용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지구에서의 삶에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천년간의 도주. '마지막 희망'프로젝트 발기인들과 14만 4천명의 사람들은 초 거대 태양범선 파피용호에 몸을 싣고 수십세대에 걸쳐 새로운 '지구'를 향해 항해한다. 얼마 전 재밌게 본 영화 펜도럼과 설정이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며 종종 펜도럼이 생각났다. 펜도럼과 파피용이 내게 굉장히 흥미로운 것은 내가 자주 비슷한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은하계 저 멀리의 새 지구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배경으로 할 뿐이다. 나는 이 지구 어딘가에 간단히 말하자면 '대단히 살기 좋은'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는 꿈을 꾸곤 한다. 규모는 좀 작지만 이브와 비슷하다. 그래서 내 관심사는 첫째, 범선 속 도시가 성공할 것인지와 둘째, 새 지구에서의 인간이 번영할 수 있을 것인지 두 가지에 쏠렸다. 나는 마치 내가 지난 몇년간 작성 해 놓은 메모들을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보고는 소설 속 세계를 창조해 낸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세계는 실로 엉망이었다.
나의 소중한 세계는 시작부터 꼬여버렸다. 범선 발사 후 프로젝트 발기인들은 대중 앞에서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모습은 나로하여금 작은 불안을 느끼게 하였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에는 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범선이 발사 된 뒤 그들은 스스로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할 권리'를 가진, 특별하며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진 누군가(바로 그 자신들)를 범선안에 남겨 놓는 실수를 한다. 그들은 정치인을 범선에 태우지는 않았지만 그들 스스로 정치인이 되어서도 아니되었다. '그래, 안정을 찾기까지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주도한 이들의 도움이 필요해'라고 마음을 진정시켜 보았지만 이들의 '정치'는 죽기 전까지 계속된다. 시장을 뽑기 전까지 모든 일들을 그들이 주관하고, 시장을 뽑은 뒤에는 시장과 권력을 나눈다.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은 그들 뿐이고, 이를 받아 들이는 것은 대중이다.
이런.
그래서는 아니되었다. 아무리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누군가가 권력을 휘어잡는 것에 반대한다면 그들 역시 권력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아마 소설 속 엘리자베트-1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녀는 원기둥 속 천국에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다. 내가 그렇듯이.
프로젝트 발기인들과 14만 4천명의 사람들은 예전 지구와는 다른, 더 진보한 신인류를 꿈꾼다. 그들은 그들 속에 내재해 있을지도 모를 폭력성을 뿌리뽑고,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회복하려 한다. 믿음과 신의를 바퀴삼아 천국과 신인류를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모순은 바로 거기서부터 비롯된다. 그들의 천국은 무엇에으로부터의 천국인가. 또 그들의 믿음은 무엇으로부터의 믿음인가. 천국은 지옥의 거울이고 믿음은 불신의 거울이다. 결국 천국을 위한 그들의 믿음과 신의와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맹렬한 부르짖음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신과 배신 그리고 이기성의 만연을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 하여 다시금 지옥을 창조하고 말았다. 이야기 중반에 사틴은 이런 말을 한다. 감옥이 있음으로 인해 그 공간을 채울 죄수들이 생긴다고. 나는 그녀가 맞다고 크게 소리지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브에게 제발 그만두고 좀 더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사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틴은 무슈롱호를 타고 '탈출'해 버렸고 원기둥 안은 다시 원숭이들만 남게 된다. 내게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 부분이었다. 최초의 범죄자, 최초의 감옥, 최초의 헌법, 최초의 경찰, 최초의 죄수, 그리고 인간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듯한 근본적인 어리석음.
나의 소중한 세계는 시작부터 꼬여버렸다. 범선 발사 후 프로젝트 발기인들은 대중 앞에서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모습은 나로하여금 작은 불안을 느끼게 하였다. 그들은 새로운 시대에는 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범선이 발사 된 뒤 그들은 스스로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할 권리'를 가진, 특별하며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높은 지위를 가진 누군가(바로 그 자신들)를 범선안에 남겨 놓는 실수를 한다. 그들은 정치인을 범선에 태우지는 않았지만 그들 스스로 정치인이 되어서도 아니되었다. '그래, 안정을 찾기까지는 지금까지 모든 것을 주도한 이들의 도움이 필요해'라고 마음을 진정시켜 보았지만 이들의 '정치'는 죽기 전까지 계속된다. 시장을 뽑기 전까지 모든 일들을 그들이 주관하고, 시장을 뽑은 뒤에는 시장과 권력을 나눈다.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은 그들 뿐이고, 이를 받아 들이는 것은 대중이다.
이런.
그래서는 아니되었다. 아무리 그들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누군가가 권력을 휘어잡는 것에 반대한다면 그들 역시 권력을 잡지 말았어야 했다. 아마 소설 속 엘리자베트-1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녀는 원기둥 속 천국에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다. 내가 그렇듯이.
프로젝트 발기인들과 14만 4천명의 사람들은 예전 지구와는 다른, 더 진보한 신인류를 꿈꾼다. 그들은 그들 속에 내재해 있을지도 모를 폭력성을 뿌리뽑고,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회복하려 한다. 믿음과 신의를 바퀴삼아 천국과 신인류를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 하지만 모순은 바로 거기서부터 비롯된다. 그들의 천국은 무엇에으로부터의 천국인가. 또 그들의 믿음은 무엇으로부터의 믿음인가. 천국은 지옥의 거울이고 믿음은 불신의 거울이다. 결국 천국을 위한 그들의 믿음과 신의와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맹렬한 부르짖음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신과 배신 그리고 이기성의 만연을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 하여 다시금 지옥을 창조하고 말았다. 이야기 중반에 사틴은 이런 말을 한다. 감옥이 있음으로 인해 그 공간을 채울 죄수들이 생긴다고. 나는 그녀가 맞다고 크게 소리지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이브에게 제발 그만두고 좀 더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사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틴은 무슈롱호를 타고 '탈출'해 버렸고 원기둥 안은 다시 원숭이들만 남게 된다. 내게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 부분이었다. 최초의 범죄자, 최초의 감옥, 최초의 헌법, 최초의 경찰, 최초의 죄수, 그리고 인간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듯한 근본적인 어리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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